오늘은 경매를 할 때 대표적인 특수물건이라 할 수 있는 유치권의 위험성에 대하여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치권은 우선 변제적 효력이 없지만 매수인(경락인)으로 하여금 유치권자에게 유치권으로 담보되는 채권을 변제할 책임을 지우고 있고(민사집행법 제91조 제5항), 유치권자는 변제 완료 시까지 채무자 및 제3자에게 목적물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으므로“사실 상의 우선변제권”이 있다고들 합니다. 즉, 유치권자가 법률 상의 요건을 다 갖춰 유치권을 적법·유효하게 행사하는 것이라면 경락인으로서는 유치권자의 채권을 변제할 때까지 사실 상 부동산을 전혀 사용·수익할 수 없게 되므로 유치권이 신고되어 있는 부동산을 경락을 받고자 하는 자들은 해당 유치권 신고가 진성 유치권인지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이와 같은 유치권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등기가 되지 않는 권리라는 것입니다. 등기가 되지 않아서 제3자로서는 심층 탐문 조사를 해보지 않는 이상 유치권의 존부 자체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는데도 불구하고 위와 같이 사실 상의 우선변제권이 있기 때문에 경락인들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한 권리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하에서는 사례를 통하여 실제로 발생할 수 있는 유치권의 위험성에 대하여 살펴 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건축업자인 갑은 2013. 3.경 건물을 짓고자 하는 을과 건물(이하“위 건축물”이라 합니다)을 건축하기로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갑은 2013. 10.경 위 건축 계약에 따른 건축 공사를 모두 완료하였으나 을은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갑에게 공사대금을 지급해주지 못 하였습니다. 한편 을은 2014. 7. 지속적으로 자금난에 시달리던 중 병으로부터 사업자금 10억 원을 차용하면서 위 건축물에 병 명의의 근저당권을 설정해주었습니다. 병은 2015. 1.경 을이 위 차용금에 대한 원리금 변제를 연체하자 경매를 실행하겠다는 경매실행예정통지문을 발송하였습니다. 갑은 2015. 1.말경 병이 위 건축물에 대한 임의 경매를 신청할 수 있음을 알게 되었고, 을에게 강력히 항의하여 을로부터 위 건축물에 대한 점유를 넘겨받아 유치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병은 2015. 2.경 위 건축물에 대한 임의경매를 신청하여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가 기입되었습니다. 이후 해당 경매 절차에서 갑이 유치권 주장을 하자 병은 갑을 상대로 유치권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갑의 유치권은 갑이 위 건축물을 점유한 때부터 성립된다 할 것입니다. 즉, 갑의 유치권은 병의 근저당권보다 늦게 성립되었는 바 과연 갑의 유치권 행사는 적법·유효한 유치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요?
이에 관하여 판례는 유치권제도와 관련하여서는 거래당사자가 유치권을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고의적으로 작출함으로써 유치권의 최우선순위담보권으로서의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하고 전체 담보권질서에 관한 법의 구상을 왜곡할 위험이 내재한다. 따라서 개별 사안의 구체적인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한다고 평가되는 유치권제도 남용의 유치권 행사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도 위 사안에 대해서는 목적물에 관하여 채권이 발생하였으나 채권자가 목적물에 관한 점유를 취득하기 전에 그에 관하여 저당권 등 담보물권이 설정되고 이후에 채권자가 목적물에 관한 점유를 취득한 경우 채권자는 다른 사정이 없는 한 그와 같이 취득한 민사유치권을 저당권자 등에게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갑의 유치권을 인정하였습니다.
즉, 대법원은 통상적으로 유치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하는 행사라고 인정될 경우에는 그 유치권의 행사는 허용될 수 없다 할 것이나 위 사안의 경우 비록 갑이 병에 의하여 위 건축물에 대한 임의 경매 절차가 개시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난 이후에 을로부터 점유를 이전받았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사정만으로는 갑의 유치권 행사가 신의칙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실 병으로서는 꽤나 억울한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병으로서는 완공된 건물을 을이 평온하게 점유를 하고 있었고, 등기사항전부증명서 상으로도 권리관계가 깨끗함을 확인하였기 때문에 안심하고 을에게 금전을 빌려주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게다가 갑의 유치권 행사는 병 명의의 근저당권 설정 이후에 점유를 이전받아 시작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병보다 더 보호받게 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측면에서도 병으로서는 억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병이 을에게 금전을 대여하였을 당시에는 갑의 존재가 전혀 현출되지 않았으므로 병으로서는 갑이 위 건축물에 유치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 알기 어렵습니다. 즉, 유치권이 등기가 되지 않는 권리이기 때문에 차용자인 을이 직접 자신의 채권·채무 관계를 이실직고하지 않는 한 병으로서는 갑의 유치권 행사를 예견할 수 없고, 결국 불측의 손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 것입니다.
입법론적으로 유치권 역시 등기를 하여야 한다는 논의나 유치권이라는 권리 자체가 불안정한 법률관계를 형성시킬 개연성이 있으므로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있지만 아직 구체적인 입법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결국 입법이 되기 전까지 유치권이 신고된 부동산을 경락받고자 하는 사람으로서는 위 병과 같은 피해를 입지 않도록 철저하게 탐문 조사를 하는 것만이 피해를 발생시키지 않을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됩니다.
한편, 위 사례는 민사 유치권에 관련된 판례이고, 이와는 달리 상사 유치권에 관해서 선행저당권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상사 유치권이 성립했다면 상사 유치권자가 선행저당권자에 대하여 상사유치권으로 대항할 수 없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판시한 전례가 있으므로 민사 유치권과 상사 유치권을 구별하여 알아두는 것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