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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부동산 경매에선 유치권이 깡패다? 최원장 2012-12-17 5405
부동산 유치권은 그 채권이 지닌 일반적 법원칙의 예외적 특성과 성립요건(만기도래 채권 보유, 실제 점유)의 간편함 때문에 경매 절차에서 무소불위의 힘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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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유치권은 민법 및 민사집행법에 따라 권리자에게 그 목적물건을 유치해서 계속 점유할 수 있고 채권 회수 전에는 점유 중인 물건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는 대세적 권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경우 사실상 최우선순위의 담보권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부동산유치권은 경매 낙찰 후에도 소멸되지 않고 권리상 후순위에 있더라도 채권액을 주장할 수 있는 강력한 권리이자, 입찰자들이 기피하는 1순위 특수권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유치권이라고 해서 모두 이처럼 괴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채권 회수를 목적으로 후순위 채권자가 채무자와 짰거나 위력으로 유치권을 성립시켰다면 이는 법원의 판단을 통해 무효화시킬 수 있다. 오늘 소개할 판례 역시 유치권의 초법적 지위에 대해 제동을 걸어 둔 케이스다.
 
 
# A사는 2003 3월 말 경, 자사 소유의 건물과 공장부지 및 기계 등 공장 부속물을 B은행에 담보로 제출하고 엔화 75000만엔을 빌렸다. B은행은 이에 대해 공장저당법에 의한 제1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국제 금융위기가 시작된 2008 12월 경, A사는 B은행으로부터 빌린 원리금을 내지 못했고 다음해인 2009 2 B은행은 제1순위 근저당권에 기해 임의경매를 청구했다. 이후 B은행은 채권을 유동화전문회사로 양도했고 유동화전문회사는 B은행의 경매절차상 지위를 승계했다.
 
그런데 경매 진행 과정에서 2순위 근저당권자인 C은행에서 유치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C은행은 2004 6월 초, A사로부터 이 사건 같은 목적물에 관해 공장저당법에 의한 13억원 규모의 2순위 근저당권을 설정했고 이후 2006 12~2008 1월까지 한도거래약정에 따라 73000만원의 추가대출을 실행했다.
 
이 거래를 위해 A사는 자사 건물에 냉동보관 중인 수산물을 담보로 제공했지만 2008 7 C은행 측이 재고조사 결과 수산물이 부족한 것을 발견, 해당 담보를 마저 제공하거나 그에 상응하는 금액을 상환할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A사는 역시 2008 11월부터 이자를 지급하지 못했다.
 
여기서 C은행은 경매청구 등 일반적인 방법이 아닌 다른 방법을 강구해 실행에 옮겼다. 양도담보로 제공받은 수산물 관리를 명목으로 A사의 건물 일부에 대해 임료 300만원의 2년짜리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 이후 C은행은 지속적으로 이 건물 일부를 점유해왔고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자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건물 일부에 대해 유치권신고서를 제출했다.
 
B은행은 당연히 이 유치권에 대해 반발하고 나섰다. 유치권 성립과정이 신의칙에 반한다는 것. B은행은 유치권부존재확인의 소를 제기했고 원심 법원은 B은행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 내용을 구체적으로 보면 원심 법원은 C은행의 유치권 행사가 신의칙에 반한다는 B은행의 주장에 대해 목적물 점유를 취득하게 한 상행위(임대차계약)가 오로지 유치권 발생을 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는 유치권 남용에 해당되며 정당하게 성립된 선순위 담보물권자에게 대항할 수 없다고 전제했다.
 
원심 법원은 이후 저당권 설정 경과, 임대차계약 체결 경위와 내용 및 체결 후 정황 등을 종합해보면 C은행은 A사 공장에 대한 경매절차가 곧 개시되리라는 것을 충분히 인식하면서 이 사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유치권을 성립시켰기 때문에 신의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C은행은 이에 불복해 상고했지만 상고심에서도 법리적 판단은 변하지 않았다. 상고심 법원은 이미 2008 11월부터 A사가 B은행의 대출금 납부를 연체하고 있었고 관할구청에서는 재산세 체납을 이유로 건물 부지를 압류한 상황에서 금융기관인 C은행이 A사 건물의 경매 매각 절차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인정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 임대차계약 임료가 월 300만원으로 통상적 계약에 비해 지나치게 낮았고 임대차의 목적이 됐던 양도담보물인 수산물 관리 역시 2009 12월 경 담보물 처분 이후 유치목적물이 비어있는 상태여서 유치권 주장 외의 용도가 없다고 여겨지는 만큼 원심의 판단에 위법의 여지가 없다고 판결, 상고를 기각했다.
 
 
종합하면 이번 판례는 유치권의 초법적 지위는 대세적 권능으로 인정받지만 이를 남용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입장을 명쾌하게 드러낸 것이다.
 
오늘 판례에 등장한 케이스는 감정가와 1순위 채권액 간 차이가 크지 않아 유치권이 성립됐더라면 정당하고 적법하게 설정됐던 선순위 근저당권이 심대한 타격을 입었을 것이 분명한 상황. 즉 법원은 적법하게 성립된 1순위 근저당권이 후순위 유치권의 남용으로 입게 될 피해가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부동산 유치권이 예년에 비해 늘어나고 있는 요즘, 오늘의 판례와 유사한 케이스가 없다고 장담하기는 힘들다. 태인 뉴스레터 독자들이 원하는 물건에 유치권이 걸려 있다면 관련 기록이나 문건, 송달 내역을 꼼꼼이 살펴보고 정보 수집에 힘써보자. 고의적 유치권을 발견하고 이를 배제해 낼 수 있다면 경매 고수의 반열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부동산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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